[기고] 5월 14일 발표 앞둔 농어촌기본소득,달콤한 현금인가 지역을 살릴 마중물인가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2026.05.12 제 47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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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5월 14일 발표 앞둔 농어촌기본소득,달콤한 현금인가 지역을 살릴 마중물인가
김현수 “승인되면 받되, 현금 살포 아닌 지역환류경제로 설계해야”
월 15만 원의 유혹, 그러나 정책은 계산서까지 봐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 추가 공모 최종 발표가 5월 14일로 예정 된 가운데, 제윤경 후보의 공약 홍보물은 선명하다. “농어 촌 기본소득 도입”, “군민 1인당 월 15만 원”, “지역화폐 지 급”, “지역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 듣기에는 달콤하다. 고 령화와 인구 감소, 상권 침체로 지친 하동 군민에게 매달 15만 원은 작지 않은 돈이다. 특히 물가가 오르고 농민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인 현실에서, 현금성 지원을 반길 군민 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은 선의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돈을 주느냐 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흐르며, 무엇을 남기느냐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소멸 위기 지역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 급해 지역경제 선순환과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도모한 다는 취지를 가진다. 시범사업은 기존 선정 지역을 중심 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하동군 역시 추가 공모에 신청한 상태다.
문제는 규모다. 하동 인구를 4만 명 안팎으로 잡으면 월 15 만 원은 한 달 약 60억 원, 1년이면 약 720억 원이다. 18개 월 지급된다면 총사업비는 대략 1천억 원을 넘는다. 재원 이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 구조라면 하동군 몫만 도 300억 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 경남도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번 추가 공모는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 분담 구조로 설계됐고, 최종 결과는 5월 14일 발표될 예 정이다.
경제학의 오래된 경구처럼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국비 와 도비가 붙는다고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돈은 결국 다른 예산의 기회비용을 동반한다. 도로, 의 료, 교육, 산업 기반, 농업 경쟁력, 청년 일자리, 기업 유치 에 써야 할 재정이 현금성 지급에 묶일 수 있다. 달콤한 정 책일수록 계산서는 늦게, 그러나 반드시 도착한다.
하동이 신청했다면 받아야 한다 - 그러나 그냥 뿌려서는 안 된다
하동군은 이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가 공모에 신 청서를 제출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하동군은 사업 추진 체계, 지방비 확보 계획,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공동체 회 복 전략 등을 담은 예비계획서를 함께 냈고, 농식품부는 5 월 14일 최종 대상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태도는 단순 반대가 아니다. 하동이 선정된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 국도비가 붙고, 군민에게 일정한 혜택이 돌아오는 사업을 이념적 이유만으로 걷어 찰 필요는 없다. 군민에게 도움이 되는 재원이라면 가져와 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받은 돈을 단순 소비 쿠폰으 로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하동 경제의 피가 돌게 하는 순환 구조로 만들 것인가.
김현수 후보의 입장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 후보는 농어 촌 기본소득이 승인된다면 이를 반대하지 않고, 하동에 주 어진 국도비 지원과 군민 혜택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입 장이다. 다만 그는 “승인되면 받겠다. 그러나 현금 살포로 끝내지 않겠다. 지역화폐가 하동 안에서 돌고, 하동의 사 회적 기업·마을기업·전통시장·농산물 가공업체·돌봄 서 비스·로컬푸드 체계와 연결되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책임 있는 대안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순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 내 소 비와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면, 하동은 그 취 지를 더 정교하게 살려야 한다. 이동장터, 서비스 공동체 발굴, 사용처 확대 등을 통해 부족한 지역 서비스를 채우 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기본소득은 소비로 사 라지는 돈이 아니라 하동 경제를 움직이는 장치가 된다. 따라서 하동의 해법은 분명하다. 기본소득을 받되, 소비가 외부 대형 유통이나 단순 단기 매출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동에서 생산된 농산물, 하동의 식당, 하동의 전통시장, 하동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 하동의 문화·관광 콘텐츠로 돈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 그래야 기본소득은 ‘공 짜 돈’이 아니라 지역환류경제의 씨앗이 된다.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을 살리는 ‘지역환류경제’가 핵심 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성패는 지급액이 아니라 사용 구조에 달려 있다. 월 15만 원이 군민 손에 들어갔다가 곧바로 외 부 자본의 가맹점, 대형 유통, 단순 소비로 흩어지면 남는 것은 일시적 매출뿐이다. 반대로 그 돈이 하동의 생산자와 소상공인,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돌봄·복지 서비스로 연결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하동형 로컬푸드 꾸러미, 어르신 반찬 배달, 마 을 공동식당, 재첩·녹차·대봉감·딸기 가공품 구매, 전통시 장 공동배송, 읍면 이동장터, 취약계층 돌봄 서비스, 청년 로컬 창업 제품 구매 등과 기본소득을 연결할 수 있다. 이 렇게 되면 군민은 필요한 생활 서비스를 얻고, 소상공인은 매출을 얻고, 마을기업과 사회적 기업은 안정적 수요를 얻 는다. 돈이 한 번 쓰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동 안에서 두 번, 세 번 돈다.
김현수 후보의 정책 메시지는 여기서 힘을 얻는다. 현금은 나눠주는 순간 사라지지만, 구조는 남는다. 하동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소비 보조’가 아니라 ‘소득–소비–생산–고 용’이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이것이 바로 지역환류경제다. 군민에게 지급된 돈이 군민의 가게로 가고, 그 가게가 지 역 농산물을 사고, 농민과 청년기업이 다시 고용을 만들고, 그 고용이 하동에 사람을 붙잡는 구조다.
현금은 정치적으로 가장 빠른 언어다. 그러나 지역경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돈을 뿌리는 행정은 쉽지만, 돈이 돌게 만드는 행정은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 진짜 행정의 실력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하동 은 이 돈을 단순 지급금이 아니라 지역경제 설계의 출발점 으로 삼아야 한다.
보조금 유랑민과 주소 이전 꼼수도 막아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에는 또 하나의 위험이 있다. 돈을 따라 주소만 옮기는 사람들이다. 빈집에 주소만 걸어놓고 실제 로 살지 않으면서 기본소득만 받으려는 사례가 생길 수 있 다. 이것은 하동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 하동 재정을 빨 아먹는 제도 악용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지급대상 기준을 제시했다. 농어촌 기 본소득은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한 경우 지급 되며, 타 지역 근무자나 대학생처럼 거주 여부 판단이 어 려운 경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실거주 요건을 두는 방식 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저 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동군은 실거주 확인 체계를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전입 직후 일정 기간 확인, 실제 생활 여부 점검, 지역 소비 패턴 분석, 이장·마을 공동체 확인 절차, 부정수급 환수 조항 등 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선의의 군민에게 돌아갈 돈이 제도 허점을 노린 사람에게 새어 나가서는 안 된다.
특히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 급여가 아니라 지역 소멸 대응 정책이라는 명분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실제로 하동에 살고, 하동에서 소비하고, 하동 공동체 안 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주소만 하동 이고 삶은 하동 밖에 있는 사람에게 지급되는 순간, 정책 의 도덕적 정당성은 무너진다.
현금의 정치가 아니라 하동의 체질을 바꾸는 경제정책이 어야 한다
남해군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남해군에서는 기본소득 지 급 이후 상당한 금액이 지역 내 소비로 유통됐고, 소상공 인 매출 회복에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분명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초기 소비 증가가 곧 장기적 지역 회생을 뜻하지는 않는다. 소비는 불꽃처럼 타오 를 수 있지만, 산업과 일자리, 의료와 교육, 주거와 교통의 기반이 없으면 불꽃은 오래가지 못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 소멸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 것은 잘 쓰면 마중물이지만, 잘못 쓰면 재정 중독의 시작 이다. 현금은 체감이 빠르다. 그러나 지역의 체질을 바꾸 는 일은 느리고 어렵다. 그래서 정치인은 쉬운 길을 택하 고 싶어 한다. 돈을 나눠주면 박수는 빠르다. 그러나 지도 자는 박수보다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하동이 정말 살아나려면 기본소득만으로는 부족하다. 기 업 유치, 농업 고부가가치화, 웰니스 관광, 사회적 경제, 청 년 창업, 의료 인프라, 교통망 확충이 함께 가야 한다. 기본 소득은 이 큰 전략의 일부일 때 의미가 있다. 그것이 전부 가 되는 순간, 하동은 자립의 길이 아니라 의존의 길로 접 어든다.
그러므로 김현수 후보의 입장은 보다 구체적인 실행 설계 에 방점이 있다. 제윤경 후보도 지역화폐 지급과 지역 소 상공인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김 후보는 하동이 선정 될 경우 그 혜택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화폐를 사회 적 기업, 마을기업, 전통시장, 로컬푸드, 돌봄 서비스, 청년 창업과 촘촘히 연결해 기본소득을 ‘지역경제 재순환 장치’ 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현금은 달콤하다. 그러나 달콤함만으로 지역은 살아나지 않는다.
하동의 미래는 15만 원짜리 약속이 아니라, 그 15만 원이 하동 안에서 어떤 경제를 일으키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의 이름은 기본소득일 수 있다. 그러나 하동이 만들어 야 할 것은 기본소득을 넘어선 기본경제, 곧 군민의 삶이 하동 안에서 다시 순환하는 지역환류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