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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거가 다가오자 금고가 열렸다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38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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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선거가 다가오자 금고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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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식 포퓰리즘의 민낯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동군정의 풍경이 급격히 달 라졌다. 예산은 마치 수도꼭지가 열린 듯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으면 수천만 원을 주고, 어르신에게는 목욕비 와 이미용비를 더 얹어주며, 수백억 원짜리 고령자 복 지주택까지 밀어붙인다. 겉보기엔 모두 ‘좋은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이 왜 하필 지금, 왜 한꺼번에 쏟아 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동형 육아수당’과 ‘정부 승인’이라는 말장난 


하동군수는 ‘하동형 육아수당’을 두고 “2년간 정부와 싸워 마침내 승인을 받아냈다”고 자랑했다. 표현만 보 면 중앙정부의 벽을 뚫고 특별한 성과를 거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의 전부가 아니다.

이 육아수당은 정부의 ‘승인’이 아니라 사회보장기본법 이 정한 사전 ‘협의’ 대상이다. 이 절차는 각 지자체들이 군비로 무분별한 현금성 복지정책을 남발하는 것을 막 기 위해 법이 강제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더 냉정하게 보자. 하동군이 이러한 협의 절차를 통과 했다는 사실은, 치적이라기보다 하동이 얼마나 깊은 위 기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표에 가깝다. 하동의 출산율은 이미 전국 최하위권으로 떨어졌고, 전체 인구 는 4만 명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급기야 인근 남해 군보다 인구가 더 적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가 이 육아수당을 막지 않은 이유는 정책이 훌륭해 서가 아니라, 상황이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전남 강진 군과 하동처럼 출산율이 바닥을 친 지역에 대해 중앙정 부가 ‘일단 해보라’며 눈을 감아준 데 가깝다. 이는 훈장 이 아니라 경고이며, 지난 수년간 하동 인구정책의 실 패를 보여주는 냉정한 성적표다.


육아수당·목욕비·이미용비… ‘지금’ 쏟아지는 이유 


민선 8기 출범 이후 하동군정은 인구 문제, 기업 유치, 미래 소득 창출이라는 핵심 과제에서 제대로 된 성 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동의 미래 먹거리, 즉 지역 안에서 지속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산업 전략은 보이 지 않는다. 갈사·대송산단은 여전히 텅 비어 있고, 농 업·관광을 넘어서는 새로운 수익 구조 역시 제시되지 않았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실종된 자리에는, 단기 체 감형 정책만 남았다. 행정의 결과로 말할 수 있는 카드 가 줄어들자,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돈으로 체감되 는 정책이다.

육아수당, 어르신 목욕비·이미용비 지원은 공통점이 있다. 복잡한 산업 전략도, 기업 유치 협상도 필요 없다. 예산만 편성하면 즉시 효과가 느껴진다. 정책의 깊이는 얕지만 체감도는 높다. 선거를 앞둔 행정이 가장 유혹 을 느끼는 방식이다.

더 문제적인 것은 동시다발성이다. 육아수당 하나만 놓 고도 재정 부담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한데, 여기에 어르신 복지 현금 지원, 그리고 비록 군의회의 제동으 로 보류되었지만, ‘군민 1인당 20만 원’ 지급을 내건 이 른바 민생안정지원금까지 등장했다. 남해군의 ‘국비 지 원 시범사업’과는 달리, 하동은 정부 지원 없이 순수 군 비로 일회성 현금을 뿌리겠다는 발상이다. 군비 80억 원 규모라면 결코 가벼운 돈이 아니다.

행정은 연속성과 신뢰 위에 서야 한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 쏟아지는 이런 정책 폭주는, 필요의 결과 라기보다 선거 달력에 맞춘 선택의 결과에 가깝다.


하동형 육아수당의 재정 구조


이 대목에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하동형 육아 수당은 ‘정부 돈’이 아니다. 오롯이 하동군의 군비, 다시 말해 군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현금이다. 중앙정부가 승인했다는 표현과 달리, 국비는 단 한 푼도 늘지 않았 다. 새로운 재원이 생긴 것이 아니라, 기존 예산의 사용 처만 바뀐 것이다.

군비는 하나다. 육아수당으로 수십억 원이 배정되면, 그 돈은 반드시 다른 곳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도로 정 비, 의료 지원, 노인 돌봄, 생활 인프라, 재해 대비, 미래 투자를 위한 예산이 그 대상이다. 예산 편성에서 ‘동시 에 다 잘하는’ 선택지는 없다. 선택에는 언제나 기회비 용이 따른다. 이것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재정의 기 본 원리다.

특히 문제적인 것은 대상 설정이다. 왜 7세 이하 자녀 를 둔 가정만 집중 지원의 대상이 되는가.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가계 부담이 가장 급격히 늘어나는 시 기는 유치원이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진학 이후다. 학 원비, 교통비, 교재비까지, 부모의 체감 부담은 오히려 그 이후에 폭증한다. 그 부모들은 같은 하동군민이고, 같은 세금을 낸다.

이는 출산 장려라는 명분 뒤에 숨은 형평성의 공백이 다. 특정 연령대의 자녀를 둔 가정만을 골라 현금을 지 급하는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수혜자와 비수혜 자 사이에 조용한 불만과 갈등을 축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정책은 2년 한시다. 2년 뒤에도 같은 수준의 현금 지급을 유지할 수 있는 재정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만약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그때의 혼란과 반발은 고스란히 다음 군정과 군민의 몫이 된다. 한 번 풀린 현금 정책은 거두기 어렵다. 지속할 수 없다면, 애 초에 정책이라 부르기 어렵다.

경제학의 오래된 경고가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 누 군가가 받는 공짜 현금은, 결국 다른 누군가가 받지 못 한 몫의 희생 위에 놓인다. 하동형 육아수당 역시 예외 가 아니다. 문제는 돈을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선 택이 하동의 미래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이냐는 것 이다.


고령자 복지주택·청년주택·기업 유치 실종


하동군정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대표적 복지 사업이 바로 ‘고령자 복지주택’이다. 겉으로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주거 안정 대책처럼 포장되지만, 숫자를 들여 다보는 순간 이 정책의 본질이 드러난다. 총사업비는 약 260억 원, 이 가운데 군비 부담만 106억 원이다. 주 택 공급 규모는 고작 50세대. 한 세대당 무려 5억 2천 만 원이 들어가는 초호화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이미 43%를 넘어선 하동 에서, 이 50세대 입주민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는가. 수많은 어르신 중 극소수만 혜택을 받는 구조는 복지가 아니라 ‘복지 로또’에 가깝다. 올바른 정책은 복지를 통 해 공동체를 묶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오히려 군민을 갈라놓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동군은 청년·귀농·귀 촌 주택 역시 수백억 원을 들여 몇십 세대 공급하는 방 식에 집착해 왔다. 예컨대 400억 원이 넘는 예산으로 150세대 남짓 공급하는 계획은 ‘정착 유도’라는 명분과 달리, 효과는 제한적이고 비용은 과도하다.

더 심각한 대목은 이런 공공주택 집착과 달리, 민간 아 파트 승인은 거의 전무하다. 그 결과 하동의 아파트 공 급은 막히고, 아파트 가격은 인근 광양시보다 오히려 비싸졌다. 그리하여 많은 공무원과 근로자들이 광양과 진주에서 매일 출퇴근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됐다. 사람이 머물 수 없는 곳에서, 출산 장려와 인구 유입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주거 문제의 해법은 LH와 민간 건설회사가 참여하는 주택 공급 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임대와 분양이 균형을 이루는 민간 아파트 공급, 노후 주거지의 재개 발, 그리고 공공은 인허가와 기반시설 확충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하동군정은 이 가장 기본적인 해법을 외면해 왔다. 안정적인 일자 리와 함께, 민간과 공공이 함께 작동하는 주택 시장을 복원하지 않는 한 인구 유입도, 정착도 기대하기 어렵 다.

군의회가 고령자 복지주택 예산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정치적 대립이 아니다. 재정 지속성과 정책 타 당성에 대한 최소한의 제동이었다. 그럼에도 집행부는 이를 ‘발목 잡기’로 몰아 여론전을 택했다. 협의와 조정 대신 언론 플레이로 맞서는 태도는, 이 정책이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한다.


달콤한 현금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수십 년 된 아름다운 벚꽃나무 가로수를 자르고, 있던 가로수를 뽑고 끊임없이 가로수를 심어대고, 멀쩡한 구 철길공원을 평탄화하겠다며 수십억 원을 쓰고, 이용객 하나 없는 만화 카페와 키즈 카페를 짓고, 하동공원을 오르는 길에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하는 군정이었다. 이런 장면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차라리 현금이라도 나눠주는 게 낫겠다는 냉소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 니다.

그러나 그것이 군정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지역에서, 아무리 현금을 뿌려도 사람은 남지 않는다. 미래 먹거리를 만들 투자 없이, 현 금만 돌리는 행정은 결국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현금 살포와 보여주기식 복지가 난 무하는 지금, 하동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의 달콤한 공짜 점심 뒤에 남는 청구서는 과연 누가, 어떻 게 감당할 것인가.

문제는 군정에 대한 비판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 군 정 스스로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 필 요한 것은 하동에서 일하고 벌고 살아갈 수 있는 구조 다. 돈을 나눠주는 행정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게 만 드는 행정. 그것이 진짜 복지이며, 하동의 미래를 지키 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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